소설 러브레터 6
병원에서 돌아온 나는 우편함속에서 내 앞의 편지를 발견했다. 그 편지에는 소인도 우표도 없고
봉투에 풀칠도 되어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뒤에는 와타나베 히로코라는 서명이 있었다. 나는 거기서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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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후지이
이츠키씨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사과를 하기 위해 오다루에 왔습니다.
지금 이 편지를 당신 집앞에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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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몸을 움츠렸다. 쇼크를 너무 받은 나머지 심장이 터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수상한 인기척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츠키"
할아버지가 정원에서 말을 걸어
왔다.
"친구가 왔었어"
"누구?"
"남자하고,,,,,"
"남자?"
"아니, 뒤에 여자도 함께 있었던거
같다"
"어떤 여자?"
"자세히 안 봤어"
"..........."
그 여자가 와타나베 히로코인걸까? 남자는
공범자? 역시 두사람 이상이 공모하고 있다는 설이 맞은 걸까?
"아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지쳐서 돌아갔나
본데?"
나는 2층방에 올라가 편지의 나머지 부분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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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고 있는
후지이 이츠키씨는 아무래도 당신이 아닌것 같습니다.
오늘 여기에 와서 드디어 모든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저의 후지이
이츠키는 남자입니다. 그리고 저의 옛 애인였던 사람이죠.
최근에 우연히 그의 옛주소를 발견하고 도착할리가 없는 것을
알고도
쓴 편지가 그 맨 처음의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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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나가는 동안에 나는 요 몇주간 결국 맨 처음의 편지가 도착하고나서부터 지금까지의 팽팽한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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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를 끼쳐드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결코 악의는 없었습니다.
당신을 만나고 싶었지만 당신을 만날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편지만
주고받는 사이였습니다.
편지만으로 실례하겠습니다.
와타나베
히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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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런건가'
결국 나의 환자설도 "터줏대감"의 다중인격설도 쓸데없는 과대망상으로 끝나버리고
만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그녀가 나하고 잘못 알았던 동성동명의 후지이 이츠키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런 의문이
고개를 든 순간 어느 소년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까 병원의 대기실에서 문득 떠올린 소년의 얼굴이었다. 그는 중학교시절의
동창생으로 내가 아는 단 한사람의 동성동명의 인물이었다. 동성동명에다가 남자. 히로코의 편지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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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우연히
그의 옛주소를 발견하고
도착할리가 없는 것을 알고도 쓴 편지가 그 맨 처음의
편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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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문장에 주목했다. 내 기억에 의하면 그는 분명히 중3때 어디론가 전학가버렸을
터인데.
"그 애인가?"
하지만 확증은 없었다. 나는 편지를 편지꽂이에 꽂았다. 이 짧은 시간에 온 그녀의
편지는 전부 6통. 그 편지에는 다른 한사람의 후지이 이츠키란 인물에 대한 와타나베 히로코의 사랑의 깊이가 있었다.
물론 필적이 다른 2통의 편지가 아키바란 인물에 의한 것임은 내가 알리가 없거니와 가령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상관없는 것이었다. 생각해 보면 와타나베 히로코도 다른 한사람의 동성동명의 그도 나한테는 상관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어쩐지 어이없기도 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3학년2반에 남아있는 우산낙서는 봄방학이 끝날 때까지 칠판에
남아 있었다.
체크아웃을 끝내고 호텔을 나온 히로코와 아키바를 요시다가 기다리고 있었다. 치토세(千歲)공항까지 차로
보내준다고 한 것이다. 아키바 일행이 트렁크에 짐을 넣고 있는 동안에 히로코는 포장도로에서 마지막으로 오다루의 공기를 마시고
있었다. 문득 사거리의 우체통이 눈에 들어왔다. 요즘 몇 주간의 편지의 영향으로 그런 것에 눈길이 가는 걸지도 모른다.
출근하는 여자애가 자전거를 세우고 편지를 우체통에 넣었다. 혹시 동성동명의 후지이 이츠키도 저 우체통에 저렇게 편지를
넣었을래나, 그런 생각하면서 무심코 여자애의 얼굴을 본 히로코는 숨을 삼켰다. 닮았다는 말로는 뭔가 부족하다. 그 애는 마치
히로코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닮았다. 건너편에서는 이쪽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용무를 끝내고 자전거에 올라타, 그리고 이쪽을 항하여 달려 왔다. 갑자기 히로코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숨겼다. 자전거가 히로코 바로 옆을 스쳐갔다. 히로코는 뒤돌아서 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심결에 소리를
질렀다.
"후지이씨!"
그건 직감이었다. 우체부의 착각도 택시운전사의 말도 그 직감을 뒷받침하듯이 뒤에서 쫓아왔다.
그 애는 소리에 반응하여 자전거를 세웠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았다. 이젠 틀림없었다. 히로코는 그녀가 후지이
이츠키인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숨을 죽이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그 애는 결국 혼잡한 길의 히로코를 알아보지 못한
채 다시 페달에 발을 얹고 달려 가 버렸다. 자전거가 보이지 않게 되었어도 히로코의 고동은 가라앉지
않았다.
"히로코?"
아키바가 히로코의 어깨를 두드렸다.
"무슨일 있어?"
히로코는 돌아서서 아무것도 아냐 란듯
웃음을 띄워볼려고 했지만 뻣뻣해진 얼굴은 자연스럽게 웃어주지 않았다. 치토세 공항까지 가는 차안에서도 비행기 안에서도 히로코는
죽건성이었다. 자전거의 여자애가 히로코의 머리에서 떠나가질 않았다.
"히로코"
"어?"
돌아보니 아키바가
의아한 얼굴로 히로코를 보고 있었다.
"아,,,,,,,,,으응, 뭐야?"
"뭘 멍하게 있는 거야?"
"어?
으응"
"자, 이것 봐봐. 지도하고 똑같은 모양이다"
아키바가 창 밖으로 가리켰다. 거기에는 下北半島의 특징적인 해안선이 뚜렷하게 보였
다.
며칠후 히로코는 우편함속의 한통의 편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히로코가 호텔앞에서 보았
던 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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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와타나베 히로코씨
아무런 사정도 모르고 꽤 지독한 편지를 보내버렸습니다.
용서해 주세요.
그 대신에 한가지 귀가
솔깃할 정보를 제공할께요.
사실은 제가 중학생때 같은 반의 동성동명의 남자애가 한 명 있었어요.
혹시나 당신의 후지이
이츠키라는 사람은 그 애였을까요?
동성동명의 남자와 여자는 보통의 경우 없잖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가능성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하는 짐작이라면 그것뿐입니다. 뭔가 도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덕분에 감기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당신도 몸에는 아무쪼록 조심하세요. 그럼.
후지이
이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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